
세부에 도착해서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의 공기가 달라졌다. 바로 우회전하면 제이파크 부스가 보였고 바우처만 보여 드리니 픽업 차량을 바로 준비해 주셨다. 툭툭이와 지프니가 오가는 도로, 길가를 자유롭게 걷는 염소와 고양이들, 학교를 마치고 걸어가는 아이들까지 그 풍경 하나하나가 여행을 제대로 시작한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우리 가족이 머문 곳은 디럭스 오션뷰였다.

고층이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고 트윈베드였지만 협탁을 옮겨 붙이고 요청했던 가드를 설치하니 엄마 둘과 아이 둘이 함께 자도 불편함이 없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과 바다 소리가 묘하게 안정감을 주었다.
하프보드로 예약해 뷔페디너와 셋트메뉴, 음료, 액티비티 쿠폰까지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디너 뷔페가 무료였던 것도 큰 장점이었고 받은 쿠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잘 활용했다.

도착하자마자 마루에서 셋트 쿠폰을 사용해 갈비찜과 돼지갈비를 주문했는데 부드럽게 떨어지는 갈비찜 맛에 모두 감탄했고 아이들 미역국도 따뜻하게 챙겨 주셔서 더 고마웠다. 리조트 안에는 작은 놀이터와 농구장이 있었고 방 안에는 이백볼트와 백십볼트 콘센트가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드라이기는 일자형 코드였는데 이백볼트에 꽂으면 바람이 훨씬 세서 불편함이 없었다.

비치된 어메니티는 사용 가능하지만 샴푸나 린스는 사용하던 제품을 챙겨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은 역시 뽀로로파크였다. 로비 층에서 바로 갈 수 있었고 직원분들이 곳곳에서 정리도 잘 해 주셨다. 파크 아래층에 있는 카페에서 룸차지로 망고스무디와 라떼를 주문해 마셨는데 생망고의 맛을 그대로 담은 스무디라 정말 맛있었다.

가볍게 외출했다가 현지 과일가게에 들르게 되었는데 한국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하셔서 처음엔 놀랐고 흥정에도 능숙해 재밌는 경험이었다. 친절하게 끝까지 안내해 주셔서 기분 좋게 팁을 드렸다. 다음날 보니 길 건너에 호객 없이 차분하게 운영하는 과일가게도 있었는데 이곳도 신선하고 가격대도 괜찮아 보였다.

둘째 날부터는 시터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시터가 와 있는 동안 아이들은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우리는 여유 있게 커피도 마시고 짧게 휴식도 할 수 있었다. 오후에 뽀로로파크에서 놀고 난 뒤 로비의 라운지에서 쿠폰으로 망고주스를 한 잔씩 마시며 쉬었는데 그 시간이 여행에서 가장 편안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정문 앞에 있는 샹스몰에서 산 옐로멜론은 아이가 정말 잘 먹었고 바나나칩도 시식해보고 묶음으로 사 와서 주변에 나누기 좋았다. 저녁에 열리는 불쇼는 날씨 때문에 조금 늦어졌지만 결국 볼 수 있었고 물 위로 반사되는 불빛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정말 멋졌다. 금요일 저녁 뷔페를 먹고 나오자 작은 마켓이 열려 있었는데 대부분이 저렴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마그넷도 여럿 묶음으로 팔고 있었고 아이들 팔찌도 다양해서 여행 마지막날 좋은 기념품을 챙겨 올 수 있었다. 마지막 밤을 보내고 체크아웃 후 공항 가기 전에 호핑과 출국팩을 이용하며 잠시 쉬었다. 새벽 비행기라 아이들을 안고 다니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사진 속 모든 순간이 다 추억이라 웃음이 난다. 가족 모두가 즐겁게 잘 쉬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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