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럽게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올라온 순간이 있었다.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하신 친정엄마께 감사도 드리고 싶고, 세 살 아이와 나만의 추억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마음은 이미 ‘세부’로 향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계획을 세우려니 막막함이 먼저 밀려왔다.
어디를 가든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엄마들의 체력이 가장 먼저 소모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아이는 에너지로 꽉 찬 친구라서 여행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했던 건 단 하나, 나를 대신해 아이를 함께 돌봐줄 누군가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바로 세부였고, 우연히 알게 된 세시모 덕분에 숙소와 시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출발 이틀 전부터 정신없이 알아보던 마음이 순식간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공항 픽업까지 신청해주셔서 도착 순간 느껴졌던 낯섦과 두려움이 바로 사라졌다.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시터님을 처음 만난 날, 친정엄마는 처음에는 베이비시터 이용을 꺼려하셨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느새 시터님과 친구처럼 지내며 리조트 안 액티비티도 즐기고, 시티투어까지 함께하면서 오히려 돌아가는 날 더 아쉬워하셨다.

여행을 가면 늘 웃으면서도 몸은 지쳐서 돌아오는 순간 쓰러지듯 쉬곤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랐다. 아이는 편안하게 돌봄을 받고, 엄마는 마사지도 받으며 마음껏 쉬고, 나는 3년 만에 진짜 ‘휴식’이라는 걸 느꼈다. 아이를 돌보며 보내는 하루하루가 익숙해져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나를 다시 살리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숙소는 막탄스윗 가든뷰였고 조식 포함 5박 일정이었다. 방이 넓고 가족 단위에 딱 맞는 구조라 아이와 엄마 모두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수영장과 액티비티 동선도 짧아서 아이가 원하면 바로 이동할 수 있었고 리조트 내 프로그램들도 다양해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무엇보다 시터님이 도와주시는 동안 나는 잠시 숨 돌릴 수 있었고 엄마는 오랜만에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즐기셨다.

여행 내내 마음이 편했고 5박 6일 내내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말했다. 다음에도 꼭 다시 오자고. 그리고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세부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 그리고 나에게 모두 필요한 힐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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