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가 많이 늦었어요. 지난 4월에 다녀온 여행인데 바쁜 일상에 밀려 계속 미루다 보니 어느새 다음 여행이 또 다가오고 있네요. 여행의 여운은 바로 남아있을 때 기록해야 한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합니다. 그래도 지난 여행을 더 즐겁고 편안하게 만들어준 시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계속 남아 있어서 지금이라도 정리해보려고 해요.
지난 봄 여행은 세 번째로 시터를 만나는 일정이었지만 우리 막둥이에게는 시터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이전까지는 해외여행을 거부하고 할머니와 지내겠다며 집에 남았던 아이였거든요. 낯선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아이라 이번 여행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는 작은 도전이었어요. 그래도 여섯 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용기를 기대하며 며칠 동안 설득하고 달래서 결국 함께 비행기를 타게 되었답니다.
막둥이는 누나가 둘이나 있어 늘 막내처럼 느껴지는 아이예요. 순하지만 겁이 많고, 또 겁이 많고, 정말 겁이 많은 아이죠. 그래서 시터와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어요. 그런데 여행 첫날, 작년에 누나들이 만났던 시터들을 보자마자 누나들은 달려가 안기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그 모습을 보던 막둥이가 갑자기 본인도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방방 뛰며 달려가는 거예요. 그 순간 우리 아이도 어느새 한 뼘은 더 자랐구나 싶었어요.

그날 처음 만난 패트리샤 시터는 저희 가족이 이전부터 꼭 한번 만나보고 싶던 분이었어요. 지인 중에 먼저 경험해본 친구가 늘 강력 추천을 해서 기대가 컸는데 그동안 운이 맞지 않아 이번에야 드디어 만나게 되었어요. 누나들은 익숙한 시터들과 재회했고, 자연스럽게 패트리샤와 막둥이가 짝꿍이 되었죠.
막둥이는 촉감에 민감한 편이라 맨바닥에 앉는 것도 어려워하고 모래가 몸에 묻는 건 더 힘들어해요. 그런데 또 모래놀이는 하고 싶어하는 아이예요. 이 아이의 마음이란 참 오묘하죠. 저는 이런 세세한 부분을 따로 전달하지 않았는데, 패트리샤는 아이의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는 자리를 골라 구명조끼를 엉덩이 아래 깔아주고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모래놀이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봤을 때 정말 놀랍고 감사했어요.
아이와 눈을 맞추는 방식부터가 달랐어요. 물속에 있을 때도 시선을 아이에게 맞추고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졌어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사람이구나 싶었고, 그 진심이 그대로 전해지더라고요. 한국어도 능숙해서 시터를 처음 만나는 아이와도 자연스럽게 소통이 잘 되었고요.

누나들은 물에서 나올 생각이 없어서 패트리샤와 막둥이는 둘만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 덕분에 막둥이는 패트리샤를 선생님처럼 따르며 일정 내내 너무 잘 지냈어요. 누나들은 나중에 패트리샤를 막둥이의 ‘아가 담임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이 말만 들어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케어해주었는지 짐작이 되실 거예요. 아이에게 진심인 시터를 만난다는 건 여행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는 일이라는 걸 이번 여행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겁이 많고 낯가림 심한 아이도 단번에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건 결국 사람의 힘이었어요. 우리 가족의 지난 여행을 따뜻한 기억으로 만들어준 시터분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런 만남이 가능했던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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