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세부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리면 단연 시터를 예약했던 그 선택이었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결정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엄빠들에게 신세계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 처음에는 하루만 맡기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터 예약을 했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반나절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자 이건 하루로는 절대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신기하게도 남편과 동시에 같은 말을 꺼내게 됐다. 여행 와서 이렇게 부부 의견이 한순간에 딱 맞아떨어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망설일 이유 없이 바로 다음 날도 가능한지 확인했고 다행히 카를로로 다시 예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이런 결정이 이렇게 빠르고 과감해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만족도의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 아이는 남자아이이긴 하지만 낯을 꽤 가리는 편이라 낯선 외국인 시터와 과연 잘 지낼 수 있을지 여행 전부터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처음 만나는 순간에도 아이가 뒤로 숨거나 말없이 버티지는 않을지 괜한 상상을 많이 했었다.그런데 그런 걱정은 첫 인사와 동시에 말 그대로 사라졌다.
서로 인사를 나눈 지 얼마나 됐다고 아이와 카를로가 어깨동무를 한 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냥 웃음이 나왔고 속으로는 아 잘 만났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가고 아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웠다. 낯가림 있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처럼 아이의 반응을 기다려주고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

아이 역시 그 편안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꼈는지 표정이 금세 풀렸고 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다들 세부 시터를 두고 신세계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부모가 아이 걱정 없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도 처음으로 실감했다. 당일 취소에 대한 불안이 없다는 점도 마음을 놓게 해준 중요한 부분이었다.
약속 시간은 정확했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아이 컨디션을 먼저 살펴주는 태도에서 신뢰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아이를 재미있게 놀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힘들어 보일 때는 쉬게 해주고 분위기를 조절해주는 점이 정말 고마웠다. 무조건 많이 놀게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편안한 상태로 즐길 수 있게 배려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부모로서의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각자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 리조트 안을 느긋하게 걷는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 줄 예전에는 몰랐다. 아이와 시터가 함께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담지 못한 건 조금 아쉽지만 그게 모두 우리가 여유를 되찾았다는 증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간중간 아이를 마주칠 때마다 아이 얼굴에 가득 찬 함박웃음을 보는 순간마다 마음이 정말 편해졌다. 아이가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게 보이니 부모 역시 죄책감 없이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부모의 휴식과 아이의 즐거움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처음 경험한 것 같다. 카를로의 순박한 미소와 아이를 대하는 따뜻한 눈빛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괜히 유명한 시터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몸소 느꼈다. 이 여행을 계기로 다음에 세부를 다시 찾게 된다면 제이파크 리조트에서는 시터 예약을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이번 경험이 여행의 만족도를 완전히 끌어올려 주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세부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시터 선택이 여행 전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꼭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일정이나 리조트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됐다. 완벽한 여행은 없지만 이렇게 한 번의 좋은 선택이 여행의 기억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걸 이번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이 글이 아이 동반 세부 여행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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