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세부 여행은 출발 전부터 정말 많이 기대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태풍 영향으로 여행 일정 내내 바다 액티비티도 전부 취소되고 아이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일정들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하루 이틀 지나자 아이들 얼굴에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게 눈에 보여서 엄마로서 너무 속상했다. 아이들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나 역시 이 여행이 아이들 기억에 아쉬움으로만 남을까 봐 계속 신경이 쓰였다.
특히 마지막 날까지도 날씨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제이파크 리조트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솔직히 아이들 체력도 남아 있고 에너지는 넘치는데 풀장만 반복되다 보니 점점 지루해하는 게 느껴졌다. 그때 여행 마지막 하루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세시모에 급하게 연락을 드리게 됐다.
솔직히 당일 연락이라 기대를 크게 하지는 않았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바로 시터 이모와 삼촌을 연결해주신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렇게 만나게 된 분들이 제인님과 랜님이었는데 처음 인사하는 순간부터 아이들보다 먼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웃으며 말을 걸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서 엄마인 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아 이분들이면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둘째 아들이 낯가림이 조금 심한 편이라 여행 내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상황이 되면 먼저 걱정이 앞서는 편인데 이번에도 괜히 또 경직되지는 않을지 마음 한편으로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그건 정말 엄마의 괜한 걱정이었고 제인님과 랜님은 아이에게 다가가는 속도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갑자기 안으려 하거나 말을 많이 시키는 게 아니라 아이가 먼저 다가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옆에서 조용히 같이 놀아주니 처음에는 슬쩍 지켜보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웃으면서 말을 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이 많이 놓였다. 제이파크 리조트 안에서 함께 놀아주는 동안에도 아이들 성향을 빠르게 파악해서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어떤 순간에 쉬어야 하는지 잘 알고 계신 느낌이었다.

억지로 일정을 끌어가지 않고 아이들 컨디션에 맞춰 놀아주니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동안 태풍 때문에 쌓였던 답답함이 그날 하루에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엄마인 나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편안했고 오랜만에 아이들 표정에서 여행다운 행복을 보는 것 같아 괜히 울컥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하루가 정말 큰 선물처럼 느껴졌는지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아쉬워하며 계속 붙잡고 떨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에 또 한 번 마음이 찡해졌다. 태풍으로 인해 실망만 남을 줄 알았던 세부 가족 여행의 마무리가 이렇게 따뜻해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마지막 날이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 아이들과 다시 세부를 오게 된다면 일정이 아무리 잘 짜여 있어도 제이파크 리조트에서는 꼭 다시 한 번 제인님과 랜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고 아이 동반 세부 여행을 고민하는 엄마라면 정말 시터 연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느꼈다.
여행이라는 게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위기 같은 순간에 아이들의 기억을 웃음으로 바꿔주는 선택 하나가 여행 전체의 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했고 세부 여행 세부 시터 제이파크 리조트 가족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세시모를 통해 만난 이 하루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꼭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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