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아이가 벌써 열 살이고 또래보다 체격도 크고 수영도 잘하는 편이라, 솔직히 시터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세부에 왔어요. 게다가 이번 일정은 가족여행이 아니라 영어캠프로 한 달을 머무는 거라 더더욱 시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건 정말 제 착각이었더라고요. 제이파크에 도착한 첫날, 아이는 잘 놀고 있으면서도 주변에서 시터와 함께 신나게 놀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보더니 은근히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아, 이건 나만의 기준으로 판단한 거구나 싶어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바로 시터 이름표에 적혀 있던 세시모 카페를 찾아 가입했고, 다음 날 바로 가능하다는 시터를 급하게 알아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켄이었습니다. 처음 함께하는 순간부터 왜 아이들이 시터를 찾는지 바로 알겠더라고요.

켄은 정말 어쩜 그렇게 잘 놀아주는지, 아이의 반응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맞춰주는데 그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 성향이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라 쉽게 흥분하거나 앞에 나서는 타입이 아닌데, 켄과 함께 있으니 어느 순간 웃고 몸을 움직이며 춤까지 추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부모 입장에서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아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아이도 억지로 끌려가는 놀이가 아니라, 정말 즐거워서 움직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아이에게 물어보니 세부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게 켄 형아랑 논 시간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영어캠프라는 목적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 한마디에 아이에게 이 시간이 얼마나 큰 기억으로 남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민 없이 다시 한 번 켄으로 예약을 완료했어요.

열 살 아이, 그것도 이미 잘 크고 자기 할 거 다 하는 아이라 생각했던 아이에게도 이렇게 잘 맞는 시터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동시에 부모로서 기준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건, 시터는 어린 아이에게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잘 놀고 잘 큰 아이일수록 오히려 또 다른 어른, 또 다른 형 같은 존재와의 시간이 더 큰 자극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세부에서 보낸 한 달 중 가장 생생한 기억으로 아이가 켄을 이야기할 걸 생각하면, 제이파크에서의 이 선택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지금도 확신합니다. 다음에 또 세부에 오게 된다면, 저희는 망설임 없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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