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교도 하고, 이제 곧 네 살이 되는 딸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큰 마음 먹고 세부로 다녀왔습니다. 열 살 때 처음 왔던 세부와는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그땐 모벤픽에 묵으면서 샹그릴라를 바라만 보며 다음엔 꼭 가자고 다짐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아이를 품고 다시 돌아온 샹그릴라는 더 의미가 깊었습니다.
영어도 못하고 계획적인 타입도 아니고 남편도 소심한 편이라 여행 준비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세부는 시터가 국룰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 시터도 연결할 수 있다는 글들을 봤지만 후기마다 문제가 많아보였고, 안전과 신뢰는 보장되지 않아 마음이 계속 걸렸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시터가 검증되어 있고 후기와 시스템이 정돈된 예약 방식이었습니다.
찾고 읽고 비교하고 또 읽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시터가 제미마였습니다. 등록 절차도 안내받는 대로 진행하니 어렵지 않았고, 샹그릴라 카운터에서 제미마가 빠르게 안내하며 등록도 도와주었습니다. 체크아웃 시 비용 정산으로 포함되는 방식이라 신경을 덜 쓸 수 있었고, 아이와 함께 조식도 먹고 리조트 안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가 온 날이 많아 수영도 못하고 바다도 오래 즐기진 못했지만 그 덕분에 느낀 게 하나 있었습니다. 베이비시터를 맡겼지만 어른 시터까지 되어주었다는 것. 사실 더 큰 도움은 저희에게 돌아왔습니다.
영어가 서툴러 주문도 어렵고 환전도 소심하게 처리하던 저를 대신해 제미마가 식당도 안내해주고, 길도 잡아주고, 물건도 찾아주고 택시 안내까지 전부 도와주었습니다. 글로 보면 사소해보일 수도 있지만 첫 여행지에서 아이를 데리고 이런 도움을 받는 건 정말 큰 복지였습니다. 저는 A형이라 새로운 환경이 부담스러운데 현지인이 자연스럽게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운영팀에서도 지속적으로 채팅으로 상황을 확인해주고 소통해주니 더 안정적이었습니다.

아이 케어는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돌아다니다 지칠 법한 상황에서도 아이를 계속 챙겨주고, 마사지 받는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었던 건 여행 중 가장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신랑은 비용을 더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저를 설득했고, 아이가 다섯이라는 제미마에게 간식과 작은 선물도 챙겨줬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제미마가 아이에게 열쇠고리 선물을 들고 와준 날, 저는 여기서 마음이 벽 없이 무너졌습니다. 이건 서비스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흐린 날 속에서도 모래놀이를 했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살아있는 소라게를 한움큼씩 건져오며 깔깔 웃던 하루. 심지어 물고기 밥까지 챙겨온 센스 덕분에 아이는 처음 보는 바다 생물 앞에서 소리도 지르고 눈도 반짝였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바다는 덜 즐겼지만 여행의 밀도는 가득했습니다. 마지막 날, 아이 낳고 다시 만나자며 작게 약속하고 돌아왔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기를, 다시 만날 날이 오기를, 그리고 우리 가족 여행에 온 힘을 쏟아준 제미마에게 정말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누린 여행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었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여행은 달라집니다. 제미마가 그 증거였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이 고맙습니다. 운영팀과 제미마.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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