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19주 임산부, 19개월 아기. 이 셋이 함께 떠난 세부 여행이었다. 출발은 8월 27일이었는데, 남은 시간이 일주일도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카페 가입, 등업, 예약요청까지 달렸다.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매니저님과 부매니저님이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친절하게 예약을 도와주셨고, 결국 오늘 우리는 세부에 도착해 시터 ‘패트리샤’를 첫 만남에서 바로 만났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첫 인상은 딱 하나였다. “와, 이 여행… 살았다.” 약속 시간보다 15분 먼저 와 있었던 패트리샤는 웃는 얼굴로 우리보다 더 오래 기다렸음에도 밝게 인사해주고, 유모차부터 자연스럽게 밀어주었다. 새벽 5시 준비 → 4시간 비행 → 리조트 이동. 체력이 바닥날 만한 여정이었는데, 방에 들어오자마자 아기는 신났고, 나는 “다행이다”를 되뇌었다. 패트리샤는 아이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옆에서 케어해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짐을 풀었고, 남편은 환전을 다녀올 수 있었다. 아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을 일들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졌다. 저녁 전 잠깐의 물놀이에서도 만족감은 이어졌다. 이동할 때도 안전하게 안아주고, 베드 자리도 먼저 찾아주고, 바람 넣은 튜브도 건네고,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움직여주는 모습에 감동이 밀려왔다.

임산부라 물 속에 오래 있을 수 없었기에 난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아기가 너무 좋아하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아기는 혼자 돌아다닐 수 없는 나이라 계속 잡아줘야 하는데도 패트리샤는 지친 기색 없이 끝까지 집중해서 챙겨줬다. 미끄럼틀은 돌로 되어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하자 직접 안고 타주었고, 플라스틱 슬라이드는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도와줬다.

심지어 현지 투숙객에게 공을 빌려 와 놀게 해주기도 했다. 우리는 말이 안 통해 못 했을 행동을 패트리샤는 자연스럽게 해냈다. 물놀이가 끝난 후 씻을 때도 도와줬고, 저녁 식사까지 함께하고 헤어졌는데 아기는 낯가림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즐거워했다.

모레까지 패트리샤와 함께하기로 했고, 내일은 제이파크 안의 뽀로로파크도 같이 가기로 했다. 지금, 우리 아들은 코를 골며 천사같이 자는 중이다. 아마 내일도 패트리샤 이모와 신나게 뛰어놀고 빠른 육퇴(육아퇴근)를 선물해주지 않을까. 이 여행이 왜 가치 있었는지, 오늘 하루만으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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